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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법리’로 탄핵사태를 조명하다

오는 2019년 3월 10일로 박근혜 제18대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지 2년째를 맞는다.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로 촉발된 헌법재판소(헌재)의 탄핵심판과 대통령 파면 결정, 이어진 박 전 대통령 형사재판까지, ‘탄핵사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탄핵 인사이드 아웃: 탄핵심판ㆍ형사재판 변호사의 1년간의 기록>(기파랑 刊)은 그 첫 1년에 해당하는 헌재의 심판과 결정, 법원의 형사재판 1심까지의 과정을 ‘사실과 법리’의 차원에서 치밀하게 되짚어 보는 책이다.

2017년 탄핵심판 직후 헌재 결정문 해설서, 탄핵결정의 부당함을 조명한 책 등은 나온 적이 있지만, 탄핵의 연장선 상에 있는 형사재판까지를 한 권으로 정리한 책은 <탄핵 인사이드 아웃>이 처음이다. 저자 채명성 변호사(41)는 탄핵심판의 대통령 대리인단과 형사재판의 변호인단에 공식적으로 모두 참여한 유일한 변호사로서, 약 1년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대통령과 함께하다 2017년 10월 변호인단 총사퇴 때 함께 사퇴했다.

책은 全 4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헌재는 심판인가 코치인가’)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절차상 위법과 불공정, 제2장(‘실체 없는 파면 사유’)은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의 법리상 허점을 각각 파고든다. 제3장(“법치 이름 빌린 정치보복”)은 변호인단 총사퇴와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를 불러온 형사법정의 무리수를 조목조목 비판한다. 결론에 해당하는 제4장은 사태의 전 과정을 ‘거짓의 산(山)’이라 규정하면서, 법치보다 더 높은 자리에 ‘정치’나 ‘민심’을 두는 세력이야말로 자유민주사회의 근간을 허무는 공적(公敵)이라고 갈파한다.

최서원(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등 주요 관계인들의 공개된 주요 진술들을 거의 조서 그대로 인용해 현장감을 더했으며, 일부 생소할 수 있는 법률용어는 일상어로 순화했다. 자칫 복잡해 보일 수 있는 쟁점들을 그때그때 간추린 소제목과 발문들이 이해를 돕는다.


1원도 안 나온 뇌물죄

사태의 진실을 이보다 더 간결하게 요약해 주는 말이 다시 있을까? 헌법상 탄핵은 대통령의 법 위반이 있을 때 가능하고, 탄핵 파면된 대통령은 사인(私人)으로서 다시 민.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을 수 있다. 탄핵사태에 얽힌 모든 의혹(그나마 모두 허위로 판명된)은 ‘부당한 이권’으로 모아진다. 그런데 ‘이권’의 정점에 서 있어야 할 대통령에게는 단 한 푼의 돈도 흘러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 ― 탄핵과 재판은 이 명명백백한 ‘사실’ 앞에 무력해진 정치가 어떻게든 대통령에게 허물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거짓을 산처럼 쌓아올려 간 과정으로 요약된다. ‘헌법 수호 의지’, ‘경제공동체’, (기업들의)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 들이 그것이다. 이 중 ‘헌법 수호 의지’는 탄핵심판 결정문의 핵심 내용이고, 나머지 셋은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서 ‘뇌물죄’를 구성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기울어진 탄핵심판정

허술한 ‘소추 사유’ 재판관이 재정리 유도

증거 자의적 취사… 대통령 출석 사실상 막아

현직 대통령을 파면하는 헌재 결정문의 핵심 취지는 “대통령에게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법률 전문가들조차 예상치 못한 생소한 개념이었다. 탄핵심판의 주된 쟁점이었어야 할 대통령의 ‘형사법 위배’ 부분이 성립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짜낸 논리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일반 형사재판이 검사의 공소사실 범위 내에서만 판단해야 하는 ‘불고불리(不告不理)’ 원칙의 적용을 받듯, 헌재 탄핵심판도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책은 지적한다. 그러나 국회의 탄핵소추 자체가 날림으로 이루어진 만큼 소추 사유 부분이 부실할 수밖에 없었고, 소추 사유가 부실하면 소추는 기각되어야 마땅하나, 심판 과정에서 공정한 심판이어야 할 재판관이 소추 사유를 최초 13개에서 5개로, 다시 4개로 정리하도록 국회에 ‘코치’한 불공정을 저자는 폭로한다.


허상으로 얼룩진 탄핵결정문

‘헌법 수호 의지’는 쟁점도 아니었다

대통령 파면할 정도로 사안 중대했나

헌재 탄핵결정의 내용상 허점은 ‘헌법 수호 의지’와 ‘중대성의 원칙’으로 귀결된다.

앞 장에서 소개한 ‘헌법재판관의 코칭’에 따라 살아남은 소추 사유 네 가지는 모두 ‘헌법 위반’에 관한 것으로, 첫째 최서원 등 비선(秘線)에 의한 인사 등 국정 농단, 둘째 대통령 권한 남용, 셋째 언론 자유 침해, 넷째 국민 생명권 침해였다. 이 중 ‘생명권 침해’는 2014년의 세월호사고 당일 대통령의 대처에 관한 것으로, 헌재 결정문은 “생명권 침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저자가 법리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나머지 세 사유를 두고 탄핵심판 내내 ‘그러한 헌법 위반이 있었느냐’가 쟁점이었다가, 막상 탄핵결정문에서는 ‘헌법 위반’이 아니라 뜬금없는 ‘헌법 수호 의지 결여’가 파면 사유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

구속수사, 주4회 재판 강행… 文청와대 ‘지원사격’도

뇌물죄 입증 어렵자 ‘경제공동체’ 등 고안

사인으로 돌아간 박 전 대통령은 3주 만에 구속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게 되고, 형사재판에서는 ‘주 4회 재판’이라는 초유의 강행군을 강요받게 된다. 도주할 염려도, 증거 인멸의 우려도 없는 대통령을 굳이 구속까지 했는가에 대해 저자는 회의적이다. 새 주인이 들어선 청와대가 중요한 고비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캐비닛 문건 공개, ‘세월호 사고일지 조작 가능성’ 브리핑 등으로 검찰과 특검을 지원사격한 일도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하려는 의도로 보았다.


자유와 법치의 진짜 적(敵)은 누구인가

“거짓이 진실을 덮고, 법치가 정의에 굴복한 과정”

‘촛불 민심’이야말로 법치 허무는 反헌법적 발상

법률전문가의 입장에서 탄핵사태는 “거짓이 진실을 덮고, 법치가 정의에 굴복한” 과정으로 요약된다(7쪽).

2016년 가을의 ‘탄핵 정국’은 대통령의 거듭된 수습 노력과 ‘질서 있는 퇴진’ 약속에도 불구하고 야권이 치밀하게 기획해 밀어붙인 것임을, 근 1년 지난 2017년 11월 우상호 국회의원(탄핵정국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3단계 시나리오’ 인터뷰 기사를 통해 되짚어 본다. 이 과정에서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과 대권 잠룡(潛龍)이던 문재인 전 대표와는 시나리오에 대한 ‘교감’이 있었고, 다른 야당 국민의당의 박지원 당시 원내대표는 따돌림을 당했다는 대목(280, 283쪽)은 다시 끄집어 보아도 시사하는 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