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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퇴보와 ‘민주화의 덫’,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안녕한가

이상우 교수의 『자유 민주 지키기』는 한국의 ‘자유 민주 지키기’를 위해 체제 존립에 대한 위협과 근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가 결정되었다. 혹자는 이를 ‘촛불의 명예혁명’이라 명명했으며 각종 언론은 ‘시민의 힘으로 이룬 촛불혁명’, ‘마침내 승리한 촛불혁명’이라 자축하였다. 현 대통령도 ‘나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며 ‘폭력이 아닌 평화의 힘이 세상을 바꾸었다’고 평하였다. 그러나 민주정치의 핵심 가치인 법치주의 원칙과 의회주의를 넘어서는 ‘국민의 뜻’이 국가의 모든 정책과 방향의 정당화 근거가 될 수 있을까. 국민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을 파면시키고 ‘직접민주주의’를 내세운 군중집회와 봉기는 민주헌정질서를 변질시키는 또 하나의 ‘체제전복성’ 혁명에 다름없다.

저자는 2000년을 분수령으로 민주주의의 양과 질이 전세계적으로 퇴보하고 있는 현상을 지적하며, 이러한 추세 속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또한 反자유민주주의적 체제로 변질되어가고 있다고 우려한다. 21세기 시대환경에 대한 저자의 진단은 다음과 같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등가참여 제도를 악용한 대중영합주의가 등장, 선거로 선출된 공직자가 ‘계급적 분노’를 자극하여 국민들을 선전선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다수의 지지로 정권을 창출하고 자신들의 집단적 권력과 이익 추구의 영속성을 위해 민주헌정체제를 점차 전제정치체제로 바꾸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이 전개되고 있는 일종의 계급혁명은 각 단계마다 합법적 절차를 내세우고 민주정치가 보장하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이용하여 대중 투쟁을 벌이는 등 비폭력 수단을 쓴다는 특색을 띠고 있다. 한국의 민주헌정질서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함께 ‘半합법적 혁명’을 거치며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퇴보 현상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자유 민주 가치를 지켜낼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민주주의가 수호하려는 공동체의 가치와 이를 실천하는 제도와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이른바 ‘민주화된 제도의 덫’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가치와 제도의 끊임없는 동태적 균형’이 이루어져야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열린사회’ 지향하여 ‘자유 민주 지키기’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 민주’적 질서는 억압과의 싸움에서 인류가 힘들게 쟁취한 전리품이다. 그리고 자유는 ‘무엇으로부터의 해방’에서 ‘천부적으로 타고난 것’으로 정의되어 오늘날에는 ‘인간존엄성이 보장되는 자유’가 국가라는 공동체의 근간이 되고 있다. 자유의 확산과 함께 ‘모든 사람은 신에 의해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주장이 보편화되며 자유와 평등은 양보할 수 없는 인간의 권리가 되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 ‘신과 법 앞에 평등’ 의식이 마르크스주의적 계급 평등, 분배적 평등 의식으로 변질되어 도리어 ‘평등’이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후쿠야마 교수가 주장한 ‘역사의 종언’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의 환경 앞에서 무색하게 되었다.

평등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국가시험을 통과하여 자격을 갖춘 의사와 단순히 의학 지식만을 보유한 학도가 동등한 입장에서 환자에 대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 평등인가. 사법시험을 거쳐 임용된 판사와 법학도가 동등한 입장에서 판결을 선고하는 것을 우리는 평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 사회는 종종 ‘기회의 평등’을 ‘결과의 평등’이라는 공산주의적 사고로 오류를 범하거나,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 혹은 전문성에 따른 ‘차등적’ 자격을 ‘불평등’이라고 잘못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주권자로서의 ‘격의 동등’, ‘법 앞에 평등’이라는 의미에서 평등의 원칙은 수호하되, 등가참여의 고전적 민주참여 제도는 시대환경의 변화에 따라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다른 영역에서는 전문가 선발 제도가 있는데 유독 한국의 입법기관에는 전문성 검증 제도가 없다. 일정 수준의 전문 지식을 갖추지 않은 입법의원이 국정운영에서 포퓰리즘을 추구할 경우 ‘민주주의를 가장한 전제주의 정부’ 출현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