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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 지은이기쿠치 칸,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옮긴이 조양욱 편역
  • 출간일2009년 8월 17일
  • 쪽수224쪽
  • 제본형식무선
  • ISBN978-89-91965-21-8
  • 정가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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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소개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일본 출판계는 해마다 1월과 7월 중순이면 크게 출렁거린다. 한 날 한 시에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두 문학상이 동시 발표되기 때문이다. 아쿠타가와상, 그리고 나오키상. 문학상 발표에 출판계가 출렁거리는 까닭은 불문가지다. 수상작이 출간되면 반드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고(이미 출간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서점을 찾는 이들로 인해 덩달아 다른 책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니까...... 그 만큼 이 두 문학상은 수많은 다른 문학상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언론의 각광을 받고 독자들의 관심을 잡아끈다.

<한 권에 담은 일본 명작소설>을 기획하면서 이 두 문학상의 주인공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와 나오키 산주고(直木三十五)를 떠올린 것도 그래서였다. 하지만 나오키는 제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쿠타가와가 뛰어난 단편소설이 장기였던데 비해 나오키는 주로 장편 역사소설을 썼기 때문이다.(그래서 나오키상도 주로 장편에 주어진다.)

이 책에 작품을 수록한 또 한 사람, 그 역시 이 두 문학상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기쿠치 칸(菊池寬). <분게이슌주(文藝春秋)>를 창간했던 이 사람이야말로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을 제정한 장본인이었다. 그는 대중적인 장편소설을 많이 썼으나 훌륭한 단편 또한 여럿 남겼다.

이 같은 경위를 거쳐 이 작품집에는 아쿠타가와와 기쿠치의 중단편 각 6편씩을 수록했다.

 

차례;

 

펴내면서....... 감칠맛 나는 일본 소설의 유혹

 

 

...........................

기쿠치 칸 편

............................

 

* 투신자살 구조원 ---------------- 12

* 와카스기 재판장 ---------------- 26

* M후작과 사진기자 -------------- 47

* 소설가를 지망하는 청년들에게 ----- 66

* 미우라 우에몽의 최후 ------------ 71

* 은원을 넘어서 ----------------- 87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편

.....................................

 

* 기우(奇遇) -------------------- 140

* 귤 -------------------------- 154

* 아버지 ----------------------- 162

* 해변------------------------- 170

* 그 사람 ---------------------- 185

* 그림자 ----------------------- 197

 

 

 

작품 설명

 

12편의 작품 중 기쿠치의 '은원을 넘어서'가 중편 분량인 것을 빼면 다 단편이다. 편역자는 수록작에 대해 "읽을수록 어찌나 감칠맛이 나는지 황홀할 지경"이라고 평했다. 특히 기쿠치의 작품은 극적 반전이 잦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수로에 투신하여 자살을 꾀하는 사람들을 구해주고 그 때마다 포상금을 타는 할멈의 이야기를 그린 '투신자살 구조원'은 막판 뒤집기에 꿀꺽 침을 삼키게 된다. 자살자를 구해내다가 자신이 도리어 자살을 기도하는 딱한 처지에 빠지는 것이다. 투신했던 할멈이 구조 당한 뒤의 광경이 작품 속에 이렇게 묘사된다.

"노파는 부끄럽기도 하고 화가 치밀기도 하는, 무어라고 딱 잘라 표현하기 힘든 불쾌한 심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순사 곁의, 항상 자신이 서 있던 위치에 검은 피부의 40대 남자가 서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노파는 그 남자가 자신을 구해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자 물어뜯어 버리고 싶을 만큼 사내가 미웠다. 기분 좋게 막 잠이 들려는 찰나에 누가 두드려 일으켜 세운 것 같은, 속이 뒤집어질 정도의 격렬한 분노가 노파의 가슴속에서 치밀어 올랐다."

 

너그럽기 짝이 없는 판사의 이야기인 '와카스기 재판장'이나, 주인을 살해한 사무라이가 속죄의 심정으로 스님이 되어 세상을 떠도는 '은원을 넘어서'도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까지 조마조마하기 이를 데 없다. 상상을 초월하는 반전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아쿠타가와의 작품은 과연 아쿠타가와답게 긴 여운을 남긴다. 도시로 식모살이 가는 가난한 소녀와 고향에 남겨지는 동생들의 애틋한 이별을 그린 '귤'은 그야말로 한 폭의 고운 수채화나 다름없다. 한 구절만 읽어보자.

 

"순식간에 모든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자아이는, 아마도 이제부터 남의집살이를 하러 떠나는 여자아이는, 품속에 간직해온 몇 개의 귤을 차창 바깥으로 던져 일부러 건널목까지 배웅하러 나온 동생들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던 것입니다.

날이 저물어가는 외딴 마을 건널목과, 작은 새처럼 목청을 돋우던 세 어린아이와, 그리고 그 위로 뿌려지던 선명한 귤의 색깔과‥‥‥. 모든 것이 기차의 차창 밖에서 눈 깜짝할 겨를도 없이 지나쳐갔습니다. 하지만 내 가슴속에는 안타까우리만치 뚜렷이 그 광경이 찍혀졌습니다."

 

이 작품집의 표제작으로 고른 '아버지'는 흑색 앨범에 담긴 우리네 아버지, 그 진하고 은근했던 부정(父情)을 떠올려준다. 평소 반항적인 아들이지만 수학여행 떠나는 모습을 보려고 몰래 역으로 나간 아버지는 작품 속에 이렇게 그려진다.

 

"이 현대와는 인연이 먼 양복을 입은, 이 현대와는 인연이 먼 노인은, 눈알이 핑핑 돌 것처럼 움직이는 인간의 홍수 속에서, 이 역시 현대를 초월한 검은 중절모를 머리 뒤쪽으로 젖혀 쓰고, 보라색 끈이 달린 회중시계를 오른손 손바닥에 올려놓고는, 여전히 흡사 허수아비인양 열차 시각표 앞에 멈춰 서 있는 것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발견하고도 먼발치에서 나 몰라라 시치미 떼고 아버지에게 '런던 거지'라는 별명을 붙이며 친구들과 심술궂은 장난질에 열중하는 아들, 꼭 1950년대나 60년대쯤 우리 주변에서 보던 낯익은 풍경 같다. 작중 화자의 이런 말로 작품은 마무리된다.

 

"노세 이소오는 중학을 졸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폐결핵으로 죽었다. 그의 추도식을 중학교 도서실에서 올렸을 때, 학생 모자를 쓴 노세의 사진 앞에서 추도사를 읽은 사람이 바로 나였다. “너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는 추도문 가운데 일부러 이런 구절을 넣었다."

 

비록 꽤 오랜 세월이 흐른 과거의 작품들이지만, 묵은 장맛이 어떤지는 새삼 토를 달 필요가 없지 않을까? 일본문학 거장들의 명작을 감상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저자 소개

 

작가 소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1892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태어날 때부터 병약했고 감수성이 예민했다. 도쿄대학 학생 시절의 친구였던 기쿠치 칸과 함께 동인지 <신사조(新思潮)>를 창간하여 첫 작품 '라쇼몽(羅生門)'을 발표했다. 2년 뒤 같은 동인지에 실은 단편 '코'가 당대의 문호였던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격찬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문단에서 활약하게 되었다. 근세 초기의 기독교 문학, 에도시대의 인물과 사건, 메이지시대의 문명개화 등 다양한 시대의 역사적인 문헌에서 소재를 찾아 스타일과 문체를 바꿔가면서 많은 단편소설을 썼다. 1927년 7월, 체력의 쇠퇴와 '어렴풋한 불안'을 이유로 자살했다.

 

기쿠치 칸

1888년 12월 가가와(香川)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똑같은 한자에 발음만 다른 기쿠치 히로시. 고향에 있는 다카마쓰(高松)의 중학교를 수석 졸업한 뒤 도쿄로 올라와 몇 군데 대학을 거쳐 1910년 제1고(현재의 도쿄대학)에 입학했으나 졸업 직전 퇴학 처분당하여 교토(京都)로 내려가 교토대학 영문과를 다녔다. 대학 동창생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등과 더불어 동인지 <신사조(新思潮)>를 창간, 희곡 ‘옥상의 광인(狂人)’ 등을 발표했다. 그 후 신문기자로 일하다 소설가로 변신하여 통속소설 <진주부인>을 발표하면서 히트를 쳤다. 1923년 월간 <분게이슌주(文藝春秋)>를 창간했고, 절친했던 두 친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나오키 산주고(直木三十五)를 기려 1935년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을 제정했다. 1948년 타계함.

 

편역자; 조양욱(曺良旭)

 

한국외국어대학 일본어과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일본 교도통신(共同通信) 기자와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국민일보 도쿄특파원 및 문화부장, 일본문화연구소장을 지냈다. <일본 상식문답>(기파랑), <괴짜가 산다, 일본의 이인(異人) 이야기>(학고재), <열 명의 일본인, 한국에 빠지다>(마음산책) 등 여러 책을 썼으며,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 장편소설 <해와 달과 칼>, 엔도 슈사쿠(遠藤周作) 장편소설 <숙적>, 니시베 스스무(西部邁) 자전기록 <우정>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일본라디오단파방송이 주관하는 제8회 ‘아시아상’과 (財)일∙한문화교류기금의 제2회 ‘문화교류기금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