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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인생: 잊혀진 시간 속의 초상

  • 지은이김원치
  • 옮긴이
  • 출간일2008년 4월 17일
  • 쪽수512쪽
  • 제본형식양장
  • ISBN978-89-91965-38-6 03040
  • 정가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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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소개

 

법, 국가 그리고 검사 김원치

 

지난 주 18대 총선이 치러졌다. 한 좌파 논객은 ‘국민이 아예 우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 하자 하고 가버렸다’고 비아냥거렸지만, 어쨌든 국민의 선택이 ‘보수’ 쪽으로 기운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또 하나 의미심장한 사실은 소위 좌파 성향의 운동권 출신 후보들이 대거 낙선했다는 점이다.

 

학생운동의 광풍이 뜨겁게 몰아치던 80년대, 그리고 정치공작과 공안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90년대 사회의 소용돌이에서 김원치의 이름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대한민국 공안검사의 대명사로 불렸던 김원치. 운동권, 특히 주사파에게는 지옥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처럼 여겨졌던 김원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2003년 대검 형사부장이었던 김원치는 노무현 정권의 ‘부당한’ 검찰 인사에 저항하여 사퇴했다. 1997년 ‘북풍’ 사건을 전담했을 때 그 진면목을 보여주었듯이, 김원치는 정치권이 검찰에 개입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가 금과옥조로 삼은 구약성경의 한 구절, ‘너희는 재판할 때 불의를 행하지 말라. 가난한 자의 편을 들지 말고, 부유한 사람에게 비굴하지 말며, 공의로 사람을 재판하라’라는 가르침은 그에게 평생 지표가 되었던 법의 공정성에 대한 신념과 다르지 않다.

 

김원치가 생각한 법의 공정성은 투철한 국가관에서 비롯된다. 그는 검사라면 국가를 위해서, 또는 보이지 않은 공익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검찰의 사명은 사회에서 거악(巨惡)이 발을 뻗고 편안한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데 있고, 설령 검찰의 판단이 국민의 법 감정에 역행하더라도, 검찰 정신은 형사 사법적 정의를 실현하는 의지에 깃들어 있음을 역설한다.

 

그는 검사가 ‘무섭게 보이는’ 것은 선(善)의 편에서 악(惡)을 응징하기 위함이고, 악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무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실, 공안(公安)은 그가 검사의 길을 포기하지 않도록 그를 지탱시켜준 신념이었다. 그에게 공안은 말 그대로 공공의 안전과 국가를 지키는 것이었고, 공안검사 김원치는 그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살아왔다.

 

지난 삶을 되돌아보다

 

필자가 찬찬히 되돌아보는 65년의 삶, 그리고 28년 법조 인생에는 남다른 감회가 서려 있다.

4.3사건으로 얼룩졌던 제주에서의 어린 시절, 현경대 선배와의 만남, 고학으로 졸업해야 했던 서울법대 학창시절, 제주여고 교사 시절 제자였던 고두심과의 인연, 은사들, 친구들, 그리고 검사 시절 모셨던 김경희, 문종수, 김석휘, 김기춘 등의 선배 검사들과 함께 일한 후배 검사들, 사건 피의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기쁨과 괴로움, 자랑스러웠던 일, 부끄러웠던 순간들을 가감 없이 진솔하게 전하는 그의 가장 깊은 내면은 법과 국가에 대한 존중과 희망이 진하게 채색되어 있다.

그것은 법에 대한 신념에 모든 것을 걸고, 판단의 예리한 칼날 위를 걸어가며 국가를 위해 몸 바친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몸을 바쳤다는 말은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니다. 과로로 병을 얻어 한동안 쉬어야 했던 필자는 그것이 약점이 되어 한직(閒職)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이 책에서 그 진상과 관련자들과의 일화가 상세히 소개된 영등포 법정탈주사건, 깃발사건, 주사파가 관련된 공안사건들, 건국대 점거 농성사건, 한총련 연세대 점거 농성사건, 그리고 북풍사건 등 수많은 공안 사건을 처리하면서 그는 원성과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특히, 1985년 깃발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를 고문하도록 지시했다는 ‘터무니없는 모략’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후배 검사들, 특히 공안검사들에 항상 강조했던 지침을 이렇게 전한다.

실체적 진실규명 의무와 인권옹호의무 가운데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실체적 진실규명 의무를 포기하라. 간첩이든, 살인범이든 적법절차를 지키지 못한다면 차라리 수사자체를 포기하라, 무능하다는 낙인을 받는 게 불법수사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받는 것보다 훨씬 낫다.’

 

그의 투철한 검찰 정신은 법에 대한 확고한 신념에서 비롯한다. 법을 단순히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사회적 삶을 규명하는 철학임을 깨달은 필자의 육성이 담겨 있는 이 책은 젊은 검사들뿐만 아니라 오늘날 로스쿨 개설 등으로 법을 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 귀중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차례

 

1. 아름다운 마을의 두 소년

2. 오현단 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3. 만덕 할망의 초상

4. 검사의 눈

5. 히포크라테스의 예술사랑, 그 멋과 우정

6. 어느 경찰관의 열정

7. 이루지 못한 재회, 슬픈 그리움

8. 친형님 같은 상사

9. 114시간의 법정탈주 드라마

10. 안타까웠던 이념의 굴레

11. 깃발, 인전 그리고 강철 팜플렛

12. 검찰과 정치

13. 주동자와 가담자의 차이

14.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여주시오

15. 두 분의 검찰 총장

16. 내가 설령 잊어버리더라도

17. 어느 여성 테러리스트의 교훈

18. 6명과 6000만 명의 전쟁

19. 미스터 쓴소리의 빛과 그림자

20. 사형폐지를 위한 기원

21. 어느 청년의 죽음

22. 한 윤락여성의 항변

23. 이른바 ‘북풍(北風)사건’의 뿌리를 찾아서

24. 여성검사들

25. 무엇을 위한 개혁인가

26. 어떤 ‘작은’ 사건의 보람

27. 불공정한 수사와 왜곡 날조된 언론이 낳은 비극

28. 한라산 영실계곡에서-임제(林悌)와의 시간 여행

29. 지도자의 품격

30. 잊혀진 시간 속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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