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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몸 이야기

  • 지은이플라톤
  • 옮긴이박정자 편역
  • 출간일2013년 3월 20일
  • 쪽수156쪽
  • 제본형식무선
  • ISBN978-89-6523-914-7 03300
  • 정가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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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소개

§ 박정자 교수가 엮은 플라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총 3천 페이지, 7권 분량으로 전문가급 문학 애호가들조차 인내심 없이는 다 읽을 수 없는 책인데, 베스트셀러 작가 알렝 드 보통은 이것을 주제별로 발췌 해석하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냈다. 엄청난 분량과 긴 문장 그리고 작가의 현학에 기가 죽어 감히 다가가지 못했던 일반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아마도 쉽게 프루스트의 세계에 진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나의 작품이 하나의 완결된 단일체라는 문학작품의 특성상 요약이나 발췌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문학에서조차 이런 시도가 행해지는데, 하물며 인문학 이론서에서의 요약 발췌 작업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이 절실하다.

고전 명저들은 흔히 너무 두껍고, 권위적이어서 우리를 기죽이고 억압하기 일쑤다. 완본으로 읽어야 한다는 위선적인 아카데미즘은 독자의 죄의식을 이중으로 배가시킨다. 기존의 요약본들은 주니어용이거나 재미없는 기계적 요약이 대부분이어서 요약본의 경시에도 얼마간의 이유는 있었다.

『플라톤의 예술노트』와 『플라톤의 몸 이야기』는 플라톤의 방대한 저작을 기계적으로 요약한 것이 아니라 예술과 몸이라는 테마 별로 발췌하고 재편집한 신선한 기획이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가볍고 예쁜 판형, 번역과 맥락이 정확하여 완성도 높은 책, 중요한 부분에 영어 원문을 곁들여 독자의 정확한 이해를 도운 이 두 권의 책은 관심 분야의 주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도록 노력한 새로운 시도이다. ‘고품격의 대중화’라는 모순적인 지향에 가장 잘 들어맞는 기획이라 하겠다.

 

 

§ 사랑의 기술, 죽음의 기술, 그리고 동성애

 

동성애자가 꼭 읽어야 할 책이다. 플라톤의 『파이돈』과 향연』에서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발췌해 엮었다. 두 대화록의 주제는 사랑의 기술(ars amatoria)과 죽음의 기술(ars moriendi)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두 가지는 모두 몸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향연』의 원제인 Sumposion은 헬라스(Hellas, 고대 그리스)어로 ‘함께 마신다’는 뜻이다. 특정 주제를 놓고 여러 사람들이 각기 자기 의견을 말하는 요즘의 토론회 또는 학술대회(symposium)의 기원이다. 대화록 『향연』의 장면인 술 모임은 역사상 가장 지적인 만찬이라고 할 만하다. 그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참석했으니 말이다. 그 외에도 시인 아가톤, 희극배우 아리스토파네스, 의사 에뤼크시마코스, 시실리 침공의 장수인 알키비아데스 등 당대 아테네의 내로라하는 상층 엘리트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아가톤의 연극대회 우승을 축하하는 모임이었다. 여기서 사랑(에로스)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나눈 이야기의 기록이 『향연』 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동성애가 지식 사회에 만연했던 관행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향연』을 통해 알 수 있다. 동성애는 고도로 지적인 남성들의 지적인 생활방식으로 여겨졌고, 지식이 많은 어른이 젊은이에게 지식과 덕성을 전해 준다는, 일종의 청소년 교육의 개념까지 담고 있다. 즉 단순히 성적인 욕구의 충족이 아니라 지적 수준이 높은 남성들 사이의 지성적인 교류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동성애자였던 미셸 푸코가 얼마나 고무되고, 자기 정당화를 발견했을지 쉽게 이해가 간다.

그러나 플라톤의 동성애는 절대미를 추구하는 과정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소년에 대한 사랑은 더 높은 천상의 아름다움으로 올라가기 위한 사다리로 여겨진다. 하나의 아름다움에서 시작하여 둘의 아름다움으로, 둘의 아름다움에서 모든 아름다움의 형태로, 아름다운 형태에서 아름다운 실천으로, 아름다운 실천에서 아름다운 개념으로, 그리고 마침내 절대적 미의 개념에 이르러, 미의 본질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플라톤의 우화 중 후세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인간 자웅동체(雌雄同體)설도 여기서 나온다. 최초의 인간의 상태를 아주 코믹하게 다루고 있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우화에서이다. 사랑은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는 것이라는 속류의 사랑학의 기원을 여기서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또 사랑이란 완전함에 대한 갈구와 동경이라는 현대 문학의 영원한 주제도 여기에 그 기원이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와 여 사제(司祭) 디오티마(priestess Diotima)와의 대화 형식을 통해 플라톤은 사랑이란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좋은 것(the good)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사랑의 최종적인 정의를 내린다. ‘자신에게 좋은 것’이란 결국 ‘자신에게 유용한 것’ 혹은 ‘자신에게 쓸모 있는 것’이라는 의미이다(『국가』 2권 379 b~c). 온갖 낭만적인 미사여구의 포장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냉혹한 진실은 가장 극단적인 이기심이 아닐까, 라는 흥미로운 생각거리도 제공해 준다.

『향연』이 ‘사랑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라면 『파이돈』은 ‘죽음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크라테스가 독약을 먹고 죽기 직전 제자친구들과 나눈 대화록인 『파이돈』에는 육체에 대한 영혼의 우위가 구구절절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 순수하고 영원하고 불멸하며 불변하는 신적인 세계가 있는데, 이 세계는 영혼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영혼이 제 자신에 돌아가기만 하면 언제나 이 세계와 함께 있을 수 있다. 영혼은 불변하는 것과 사귐으로써 그 자신 불변하는 것이 된다. 이처럼 비슷한 것은 비슷한 것을 부르고 함께 모인다는 것이 나중에 친화력(affinity) 이론이 되었다. 하여튼 플라톤은 영혼의 이러한 상태를 지혜라 한다.

그러나 늘 육체와 짝하고 육체의 노예 노릇을 하며 육체를 가지고 야단스럽게 굴고, 또 육체의 여러 가지 욕망과 쾌락에 정신이 팔린 영혼은 마침내 육체적인 것이 그 본성에 스며들어 결국 육체적인 것에 매이게 된다. 플라톤은 쾌락과 고통을 못에 비유한다. 쾌락과 고통은 영혼을 육체에 못 박아 결부시켜 영혼을 육체와 닮게 하고, 육체가 옳다 하는 것을 같이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들의 세계에 들어가 신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철학을 하고 육체를 완전히 해탈하여 깨끗하게 된 사람에게만 허락된다. 참 철학자는 온갖 육체의 정욕을 멀리하고. 될 수 있는 대로 쾌락과 욕망과 고통과 공포를 멀리하여 이런 것들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철학은 다름 아닌 죽음의 연습이다. 육체에서 해탈할 것을 일생 동안 연구하며 항상 죽음을 연습하는 영혼은 죽음에 이르러 온갖 과오와 우매, 공포와 야욕에서 해방되어 마침내 신적이고 불멸하며 예지적인 세계에 다다르게 된다. 이후 영원토록 신들과 함께 있게 된다. 플라톤은 이것이야 말로 인간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한다.

결국 인간의 행복은 죽음에 이르러 드디어 얻어지는 것이고, 육체란 악의 덩어리일 뿐이라는 것이 플라톤의 생각이다. 몸을 악으로 규정하고 정신을 지고의 선으로 추앙하는 그의 영혼불사론이 나중에 몸을 극도로 죄악시하는 중세 기독교의 고행 사상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향연』에서 전개된 아름다운 에로스 예찬이라든가, 소년애(少年愛) 찬미, 그리고 우화적 사랑의 기원이 인간의 감각적 육체에 대한 강렬한 긍정이었다면, 육체를 극도로 경멸하는 『파이돈』의 담론은 육체에 대한 극도의 경멸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네가티브한 측면에서의 인간의 몸 담론임에는 틀림없다. 편저자가 『플라톤의 몸 이야기』라는 도발적인 제목 아래 『파이돈』과 향연』을 한데 묶어 엮은 이유이다.

 

 

§ 플라톤의 현대성

 

우리가 고전을 읽는 것은 고대로의 회귀가 아니라 현대를 사는 우리 자신에 대한 관심이다. 플라톤은 먼지를 뒤집어 쓴 케케묵은 고전이 아니다. 앤디 워홀의 작품 ‘마릴린 먼로’는 플라톤의 이데아 개념을 모르고는 이해할 수 없고, 라캉의 ‘결핍에 대한 욕망’은 『향연』에서 자세히 설명되고 있으며, 들뢰즈와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 이론은 플라톤의 『국가』나 『파이돈』에 나오는 분유(分有, participation) 이론에서 분명하게 해석이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한없이 커졌다 줄어들었다 하는 이야기는 『파이돈』의 한 구절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들뢰즈는 사건의 존재론을 말하는 『의미의 논리』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독특한 해석과 함께 플라톤 사상의 극복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플라톤의 동굴의 우화는 서양 철학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우화중의 하나이다. 평생을 목과 발이 묶인 채 앞만 바라보고 있는 동굴 속 죄수들이 있다. 그들은 동굴 밖의 실제 세계는 알지 못하고 벽면에 지나가는 그림자를 실재(實在)로 알고 있다. 이 우화는 이데아 사상을 아주 쉽게 설명하는 효율적인 이미지이다. 동굴 안은 가시적인 현상의 세계를, 동굴 밖은 지성에 의해서만 알 수 있는 실재(實在)의 세계, 즉 이데아의 세계를 비유하고 있다. 영화 <메트릭스>는 이 동굴 우화의 디지털 버전이다. 인간을 하나의 거대한 건전지로 만들어 놓은 로봇들은 더욱 많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얻기 위해 모든 인간들의 정신을 매트릭스라는 가상현실 프로그램에 가둬 효과적으로 통제한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생활하는 것은 단지 머릿속 가상현실 속에서 일뿐 실제로 그들은 기계에 코드가 꽂힌 채 꼼짝 못하고 앞만 바라보고 있다. 그들이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실은 허깨비의 그림자 세계에 불과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도 실은 이와 같은 가상의 세계가 아닐까. 이 메트릭스적 사유가 오늘날 무수한 영화와 소설의 주제로 변주되면서 현대인의 불안한 감수성을 사로잡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유발한 최첨단의 메마른 감수성이 플라톤의 동굴에서 발원하고 있다는 것에 우리는 전율을 금할 수 없다.

제조자, 예술가, 사용자(user) 중 사용자가 으뜸이라는 플라톤의 말도 요즘 유저의 중요성과 관련해 흥미로운 부분이다. 한 도구의 제작자는 그 도구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그것을 잘 아는 자로부터 들어야 하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유저라는 이야기는 요즘의 마케팅 이론에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또는 예술작품과 수용자와의 관계라는 현대의 미학 이론도 떠올리게 한다.

 

플라톤에는 현대 사회의 초미의 관심사인 동성애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포스트모던 철학의 거의 모든 모티프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플라톤의 이론을 기초로 하고 있다. 우리가 오늘날 꼭 플라톤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 『플라톤의 몸이야기』목차

 

향연

파이드로스(Phaedrus) - 동성애의 덕성을 찬양

파우사니아스(Pausanias) - 두 가지 종류의 에로스

에뤼크시마코스(Eryximachus) - 에로스는 화합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 - 자웅동체설의 우화

아리스토파네스 - 사랑은 완전함에 대한 동경

아가톤(Agathon) - 우아하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에로스

소크라테스 - 변증술(dialectic), 그 산파술(産婆術)적 대화

소크라테스와 디오티마 - 이성이 결여된 의견은 지식이 아니다

소크라테스와 디오티마 - 에로스는 누구?

소크라테스와 디오티마 - 창작의 정의/ poet은 창작자

소크라테스와 디오티마

사랑이란 ‘자신에게 좋은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

소크라테스와 디오티마 - 사랑은 아름다움의 생산

소크라테스와 디오티마 - 출산은 영생의 욕구1

디오티마 - 소년애는 절대미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

디오티마 - 미의 이데아

디오티마 - 분유(分有)

 

파이돈

연달아 이어지는 쾌락과 고통

시각이나 청각 등 우리의 감각은 전혀 믿을 만한 게 못 된다

참된 존재는 사유를 통해서만 드러나

더러운 육체, 순수한 영혼 그리고 친화성(affinity)

죽은 자 가운데서 태어나는 산 자

생성하는 모든 것의 성질은 반대 성질에서 생겨나

상기(想起) 이론

원본 - 복제 - 시뮬라크르

출생 전에 이미 획득한 지식 - 이데아의 존재를 증명하다

존재의 두 종류, 가시적(可視的)인 것과 비가시적(非可視的)인 것

육체는 가시성, 영혼은 비가시성

철학은 죽음의 연습

백조의 노래

화음과 거문고

베 짜는 노인과 옷

어느 때는 더하는 것, 어느 때는 나누는 것이 똑같이 둘(2)의 원인이다?

참여, 분유(分有) participation, partake

심미아스가 소크라테스 보다 큰 것은 그가 심미아스이기 때문이 아니다

절대적 성질은 반대의 성질을 받아들이거나 용납하지 않아

이데아의 성질과 현상적 사물의 성질 차이

냉기와 열기

홀수와 짝수

영혼 불사가 증명되다

 

 

저자 소개

§ 편저자 소개

 

이화여고와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불문학 박사를 받았다.

조선일보 기자, 상명대 불어교육과 교수, 사범대 학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상명대 명예교수이다.

 

「사르트르의 비현실 미학으로의 회귀」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래 미학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으며, 고품격의 인문학 대중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현대세계의 일상성』 등의 번역서나 『빈센트의 구두』등의 저서를 통해 쉽고 정확한 인문학 지식을 독자들에게 심어주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저서 중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와 『시선은 권력이다』는 문화관광체육부에서 교양추천 도서로 선정되었고, 『마이클 잭슨에서 데리다까지』는 우수 교양도서로 선정되었으며, 『마그리트와 시뮬라크르』, 『이것은 Apple이 아니다』는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지난 5년간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조형예술 전공 학생들에게 플라톤의 현대성을 강의하면서 플라톤과 현대 예술과의 접목을 시도하였다. 강의 내용을 좀 더 많은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플라톤의 예술노트』와 『플라톤의 몸 이야기』를 편집 저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