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개

  • HOME
  • 도서소개
  • 정치·사회

바람보다 먼저 누운 언론: 탄핵 정국 100일간의 기록

  • 지은이언론을 걱정하는 포럼
  • 옮긴이
  • 출간일2017년 4월 20일
  • 쪽수172쪽
  • 제본형식무선
  • ISBN78-89-6523-695-5 03300
  • 정가11,500원

주요 온라인서점 판매페이지 바로가기

책 내용 소개

촛불과 공권력의 ‘바람’ 앞에 언론은 알아서 먼저 누웠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얼떨결에’ 국회를 통과한 2016년 11월부터, 파면당한 대통령이 사저(私邸)로 돌아간 2017년 2월까지 약 100일간, 대한민국의 최고권력은 ‘촛불’과 ‘특검’이었다. 이 100일간 우리 언론은 민심으로 포장된 촛불, 정의의 탈을 쓴 권력의 광풍 앞에서 ‘바람보다 먼저 눕는’ 행태를 보여 주었다.

알다시피, 책 제목 『 바람보다 먼저 누운 언론』은 민중문학의 아이콘이었던 김수영의 시 「풀」을 인용한 것이다. “바람보다도 빨리 눕고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라는 시 구절에서 ‘풀’은 민중을, 바람은 부당하게 탄압하는 권력을 상징한다. 비슷하게, 한 대권 주자도 “검찰은 딱 한 명의 눈치를 보고 있다. 풀은 바람이 불면 눕지만 검찰은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 미리 눕는다”고 말한 바 있다.

탄핵 보도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언론혐오증을 불러일으켰다. 다들 보통 일이 아니라고 걱정이 태산이다. 언론에 넌더리를 내는 사람들은 탄핵을 둘러싼 사상과 이념의 차이 때문에 그러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탄핵 전후 과정에서 언론이 보인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왜곡과 선동, 천박하고 유치한 선정주의에 혀를 내둘렀다. 왜 그리 기자들은 오만방자한지, 젊은 그들이 벌써 권위주의에 절어 있다고 혀를 찼다.

언론의 존재 이유와 목적은 공정성과 객관성에 있다. 기자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편파성은 어쩔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러나 정당의 편파성보다 언론이 더해서야 되겠는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부터 탄핵심판이 끝나기까지 언론의 보도는 웬만한 단어로는 표현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엉망이었다. 언론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보도가 수두룩했다. 언론은 한국 현대사의 일대 사건인 탄핵 사태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데 실패했다. 탄핵 법정, 탄핵심판을 여론법정, 여론재판처럼 만들어 버렸다. 이 책은 언론이 본래의 기능과 역할과는 얼마나 동떨어진 보도를 했는지를 조목조목 따지기 위해 펴낸 것이다.

아무리 언론을 증오하는 사람들이라도, 언론의 잘잘못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그 증오에 명분과 정당성이 생긴다. 혹 분별 없는 언론 보도에 부화뇌동하거나 과장․왜곡․선동 보도에 현혹 또는 오도된 사람들도 언론의 잘잘못을 올바르게 알아야 미몽과 혼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책이 발간되고 읽혀져야 하는 이유들이다.

이 책은 공동작업을 시작하는 글이다. 그러나 ‘언론을 걱정하는 포럼’은 시간이나 능력 등의 한계 때문에 더 철저하고도 엄정하게 기록하지 못했다. 멀지 않아 보다 더 완성된 모습으로 이 책을 다시 펴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탄핵 보도의 ‘민망한 민낯’ 10선(選)

 

패션지가 돼 버린 언론과 ‘두 개 잣대’

역사적인 탄핵 결정 선고일 아침,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이정미 재판관은 잊고 미처 빼지 못한 헤어롤(헤어롤러)을 뒷머리에 매단 채 출근했다. SNS는 순식간에 “일하는 여성의 참모습”이니 “감동적”이니 하는 찬사로 도배됐고, 언론은 이런 반응들을 여과 없이, 아니, 앞장서 더 부풀리기까지 해 가며 보도에 열을 올렸다. 반면, 3년 전 세월호 침몰 이후 내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는 “공무(公務)보다 치장에 공 들이는 여성”의 표상으로 비난받았다(제1장 ‘이정미의 헤어롤’).

돌이켜 생각해 보자. 국가 대사를 앞둔 공직자라면 의관(衣冠)부터 가다듬고 집을 나서는 것이 상식 아닌가? 헤어롤조차 빼지 못한 채 허둥지둥 출근하는 재판장의 모습은 감동적이기는커녕 허둥지둥하는 모습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사려 깊지 못한 처신 아닌가? 똑같은 여성 고위공직자인데 한쪽의 허술함은 박수받고 다른 쪽의 단정함은 오히려 비난받아야 하는가?

특별검사팀의 활동기간 동안 ‘특검의 입’을 맡은 이규철 특검보는 매일매일 바뀌는 고가의 패션으로 ‘코트왕’ ‘패션왕’ 등의 별명을 얻었다. 반면, 최순실 씨가 피의자로 검찰에 처음 출석한 날 소동 중에 벗겨진 신발이 프라다 상표임이 알려지자 최 씨는 그날로 “프라다를 신은 악마”로 지탄받았다(제5장 ‘코트왕과 프라다를 신은 악마’).

고가의 코트와 수트, 소품을 날마다 바꿔 가며 출근하는 것은, 변호사 출신 특검보의 개인적 취향일 수 있다 하자. 국민의 이목이 쏠린 매일의 특검팀 공보활동에서, 공보의 내용보다 담당자의 패션이 더 중요한가? 초점이 흐려지는 것을 알았다면 이 특검보 자신부터 스스로 돌이켜 보며 의관을 가다듬었어야 하지 않은가? 사치에 가까운 ‘공작새’ 특검보는 패션왕으로 찬탄받고, 몇십만 원짜리 구두 한 짝으로 피의자는 악마가 돼 버리는 기현상을 우리 언론은 냉정하게 지적하기는커녕 부화뇌동하는 추태를 보였다.

 

스스로 법규 어긴 수사팀

특검 활동이 종료되기 전 박영수 특검이 이끄는 수사팀은 기자들과의 회식 자리를 자청해, 자화자찬으로 특검팀의 수사 성과를 자랑하고, 김기춘 이재용 최순실 등 아직 기소되지 않은 피의자들의 혐의 내용, 정확히는 ‘수사팀의 심증’을 공개했다. 이는 헌법이 정한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이고, 법률상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하며, 공식적인 브리핑 자리를 제외하고는 언론과의 사적인 접촉조차 제한하는 검찰의 수사준칙에도 위배된다(제4장 ‘박영수 특검의 가벼운 입’). 언론은 한 술 더 떠, 특검의 마지막 기자회견장에 있지도 않은 기립박수, 흘리지도 않은 눈물을 날조 보도해 특검을 영웅시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수석 등 피의자들이 검찰에 출석하고도 단번에 구속되지 않자, 언론은 이들을 ‘법꾸라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가며 조롱했다(제4장 ‘법꾸라지’). 헌법과 법률은 피의자의 자기방어권을 명문으로 보장하며, 하물며 이들 피의자는 자신들이 법률 전문가이기도 한데, 자신의 전문지식을 이용하여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이 어떻게 법망을 편법으로 피해 나가는 ‘법꾸라지’일 수 있는가?

한편 최순실 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특검이 최 씨에게 ‘삼족을 멸하고, 손자도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 협박했다”고 폭로하면서, CCTV 확인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그럴 리가 없다”, “CCTV가 없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기자들이 판단하라”고 했다. 이경재 변호사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특검의 커다란 오점이 되고, 반대로 이 변호사의 폭로가 거짓이라면 피의자 측이 치명상을 입을 상황이었다. 간단한 CCTV 존부 확인으로 진실을 규명하지 않은 채 “기자들이 판단하라”고 하는 것이 수사기관의 적절한 태도였을까?

더욱 가관인 것은 언론의 보도 행태였다. 언론은 이 중대한 폭로 내용보다, 회견장에 난입하다시피 한 행인의 행패에 초점을 맞추었다. 비슷하게, 최 씨가 검찰에 출석하며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하고 소리치자, 최 시의 항변보다 지나던 여성 청소원이 “염병하네” 하고 끼어든 것이 더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삼족을 멸한다”의 진실은 이렇게 영영 묻혀 버리고 말았다(제8장 ‘묻혀 버린 “삼족을 멸한다”의 진실’).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최순실 사건 초기, 최 씨 일가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진료 받은 이력이 있는 차병원그룹이 특혜 의혹으로 도마에 올랐고, 언론은 앞다퉈 의혹을 부풀리는 데 열을 올렸다. 검찰의 최종 결론은 ‘혐의 없음’이었으나, 그동안 차병원그룹은 막대한 이미지 손실과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어느 언론도 의혹 보도를 정정하지 않았고, 사과하지 않았다(제6장 ‘차병원그룹의 피해’). 최순실 씨의 프라다 신발로 신발 브랜드가 입은 유형, 무형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공개변론 내내, 피청구인(박 당시 대통령) 변호인 김평우 변호사는 생떼나 쓰는 악인으로 지탄받고, 이정미 소장대행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변론을 진행해 나가는 의인으로 칭송받았다. 심지어 김 변호사가 신병인 당뇨병을 이유로 휴정을 요청하고 이 대행이 이를 거부하자, 변호인의 지병이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제7장 ‘탄핵 악인 돼 버린 변호사’).

언론은 사실보다 화젯거리와 클릭수에 열중했다. “카더라… 아니면 말고” 식으로 애꿎은 사람과 기업을 악인, 악덕 기업으로 매도부터 하고, 막상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을 때조차 사과하지 않았다.

 

피의자 신고하고 특종 한 기자

막장의 끝은, 독일에 은신한 정유라 씨를 취재하러 간 기자가, 취재가 여의치 않자 정 씨를 현지 경찰에 신고하고 검거 과정을 ‘특종’ 보도한 사건이다. 전쟁 취재 나간 종군기자가, 아군 측의 전세가 불리해지자 취재의 본분을 저버리고 손수 총을 들고 전투에 나간 격이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를 법규로 명시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하거나, 심지어 위험에 빠진 사람을 신고하지 않은 구경꾼을 처벌하는 법규(‘착한 사마리아인 법’)가 있는 나라에서조차, 기자는 신고의무에서 열외라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불의의 감시자로서 기자의 역할은 ‘기관을 상대로’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상대로’ 고발하는 것임을 웅변적으로 말해 주는 것 아니겠는가?(제9장 ‘정유라 신고하고 특종 한 기자’).

 

겸손하지 않은 언론은 갑질이며 ‘펜폭’

안타깝지만 때로 기자들도 폭력의 희생양이 된다.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분명 악이다. 그러나 우리의 언론은 폭행당하는 데까지 이를 정도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게 된 배경을 반성해 보았는가?

고급 정보와 취재원에 접근할 수 있는 언론의 권리는, 일반국민은 누릴 수 없는 ‘특권’이다. 이러한 기자의 특권은 자랑거리가 아니라 언론의 본분을 다하라는 준엄한 명령이며, 그 명령 앞에 기자는 겸손해야 한다. 언론의 무례와 횡포가 열정이라며 정당화될 수는 없다. 겸손 없는 특권은 갑질일 뿐이다. 갑질 언론, ‘펜폭’은 조폭이나 대량살상무기보다 치명적이다.

         

∎차 례

 

책을 펴내며

 

1 이정미의 헤어롤

스타 재판관의 권위주의적 행태 / 해프닝 이상이 된 헤어롤러 / 공직자는 의관부터 정제해야 /

헤어롤은 소박, 올림머리는 사치? / 계속된 언론의 ‘맹목적 띄우기’

 

2 국정 농단

‘농단’ 표현부터가 편파적 / 법 위에 여론법정ㆍ언론재판

 

3 박영수 특검의 가벼운 입

무능, 오만, 탈법의 밥다리 / 기자들과의 회식은 위법 / 날조된 기립박수와 눈물

 

4 ‘법꾸라지’

비속어 남발은 언론 품격 문제 / 짓밟힌 피의자의 자기방어권

 

5 ‘코트왕’과 ‘프라다를 신은 악마’

패션쇼가 돼 버린 특검 브리핑 / ‘공작새’ 특검보가 더 문제 / 구두 한 짝으로 마녀가 된 피의자 /

특검보의 사치는 무죄?

 

6 차병원그룹의 피해

“복마전 차병원… 아니면 말고” / 억측 경쟁에 사설까지 가세 / 개인 병력 공개는 사생활 침해 /

무혐의…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7 ‘탄핵 악인’ 돼 버린 변호사

도 넘은 언론의 ‘김평우 죽이기’ / 스스로 쓰레기가 된 언론

 

8 묻혀 버린 “삼족을 멸한다”의 진실

시시비비보다 침입자 행패에 초점 / 사실확인 회피한 미꾸라지 특검보

 

9 정유라 신고하고 특종 한 기자

“편들었으면 보도하지 말라” / 세상을 상대로 신고하라 / 전무후무한 ‘기자의 취재원 신고’ /

실종된 ‘기자 근성’

 

10 왜 두들겨 맞았을까?

폭력은 폭력일 뿐 / 조폭보다 무서운 ‘펜폭’ / “왜 기자를 째려봐?” / 오만과 무례를 열정과 혼동 /

겸손 없는 특권은 갑질

저자 소개

 

언론을 걱정하는 포럼

 

언론을 걱정하는 포럼은 왜 한국 언론이 갈수록 침체하고 퇴화하는지를 토론하고 연구하는 모임이다. 포럼은 학자, 전직 언론인, 전문직업인 등으로 이뤄졌다. 참여자들은 언론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사회는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그런 바탕 위에서 언론을 걱정하는 포럼은 한국 언론의 현재를 분석하고 비판하며, 한국 언론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언론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 등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